이 글의 목적은 산업현장과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 화상에 대해 즉시 적용 가능한 표준 응급처치 절차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생명과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것이다.
1. 화학 화상의 원리와 위험도 이해
화학 화상은 산·알칼리·산화제·환원제·유기용제·특수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조직 손상으로 발생하며, 단시간 노출이라도 농도와 접촉 시간이 길수록 심부 손상으로 진행하기 쉽다. 알칼리 화상은 단백질 용해와 비누화로 깊게 침투하기 쉬우며 지연성 통증이 잦아 위험도 판단을 어렵게 한다. 산 화상은 응고괴사로 비교적 경계가 뚜렷하나 농황산 등 고농도는 열 발생과 동반되어 급격히 진행한다. 불화수소(HF)처럼 전해질 교란과 전신 독성을 유발하는 예외적 물질도 존재하므로, 일반 원칙과 물질 특이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2. 화학 화상 응급처치 핵심 원칙(ABCD)
A. Assess & Alert: 상황평가·신고
- 노출 물질명, 농도, 물질 상태(고체·액체·기체), 노출 부위와 면적, 시간, PPE 착용 여부를 신속히 파악한다.
- 119 또는 사업장 내 응급 연락망에 즉시 신고하고, 현장안전 확보를 위해 환기·출입 통제 조치를 병행한다.
B. Barrier: 2차 오염 차단
- 구조자는 질식·피부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장갑, 보안경·페이스쉴드, 방호복 등 적절한 PPE를 착용한다.
- 피노출자는 오염 의복·장신구를 즉시 제거한다. 머리 위로 벗기지 말고 가위로 절개하여 분리한다.
C. Cleanse: 오염 제거와 장시간 수세
- 고체 분말 오염은 먼저 마른 상태에서 철저히 털어낸 후 흐르는 물로 수세한다.
- 일반 원칙은 미지근한 흐르는 물로 최소 15분 이상, 심한 경우 30~60분 지속 수세한다.
- 눈 노출은 눈꺼풀을 벌리고 콘택트렌즈를 제거한 뒤 점안 세척용 용액 또는 물로 연속 세척한다.
D. Do not: 금지 사항 준수
- 중화제·연고·기름·분말 흡착제의 임의 사용을 금지한다. 발열·부식 반응으로 손상이 악화될 수 있다.
- 강산·강알칼리 노출에서 식초, 베이킹소다 등 가정용 중화 시도를 금지한다.
- 구강 섭취 사고에서 토하게 하거나 음료를 임의로 다량 제공하지 않는다.
3. 단계별 표준 절차(SOP)
3.1 현장 초기 대응
- 현장 안전 확인 및 환기 강화 조치를 한다.
- PPE 착용 후 피노출자를 안전지대로 이송한다.
- 오염 의복·장신구를 즉시 제거한다. 넓은 면적일수록 신속히 진행한다.
- 고체 분말이면 브러시·종이타월로 건식 제거 후 폐기 봉투에 밀봉한다.
3.2 수세 및 오염 제거
- 수도·세안대·비상샤워로 지속·충분히 수세한다.
- 수세 중 통증이 줄더라도 규정 시간 이하로 단축하지 않는다.
- 눈은 최소 15분 이상, 가능하면 결막낭을 뒤집어 잔존 물질을 제거한다.
3.3 평가·기록·의료 연계
- 통증, 발적, 수포, 괴사, 감각 이상, 근육 경련 여부를 기록한다.
- 체표면적(BSA) 추정과 노출 시간·물질 정보를 기록한다.
-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며 안전자료(SDS) 사본을 동봉한다.
4. 물질별 특이 대응과 금기
| 물질 분류 | 즉시 조치 | 특이 대응 | 금기 | 의료 이송 기준 |
|---|---|---|---|---|
| 강알칼리(수산화나트륨, 암모니아 등) | 의복 제거 후 즉각 장시간 수세 | 점성 용액은 거즈로 부드럽게 제거 후 수세를 이어간다 | 식초 등 약산으로 중화 시도 금지 | 통증 지속, 미란·괴사, 넓은 면적, 눈·음부 노출 시 |
| 강산(황산, 염산, 질산 등) | 수세를 즉시 시작한다 | 황산은 발열 가능성이 있어 강한 마찰 금지 | 탄산수·베이킹소다 등 임의 중화 금지 | 수포·심부 통증·착색 변화, 광범위 노출 |
| 불화수소(HF) | 수세 즉시 시행 | 국소 2.5% 글루콘산칼슘 젤을 충분히 도포한다. 손·손가락 노출은 의료기관에서 주사 치료 고려한다 | 중화제 임의 사용 금지, 지연 대응 금지 | 모든 농도 노출에서 의료평가 필요, 경련·저칼슘 증상 시 긴급 |
| 페놀(석탄산) | 마른 거즈로 닦아내고 즉시 수세 | 초기 제거에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또는 이소프로판올을 사용할 수 있다. 이후 물로 충분히 세척한다 | 기름·연고 도포 금지 | 광범위·장시간 노출, 중추신경 증상 발생 |
| 백린(White Phosphorus) | 물속에 담가 공기차단 후 입자 제거 | 암실 또는 밝은 조명에서 빛나는 입자를 찾아 제거한다. 재점화 방지를 위해 계속 습윤 상태를 유지한다 | 강산·알칼리 중화 시도 금지, 건조 방치 금지 | 모든 피부·눈 노출은 전문처치 필요 |
| 크롬산·크롬(VI) | 지속 수세 | 산화성 강함. 노출부 보호·감염 관리에 유의한다 | 연고 단독 처치 금지 | 심부 통증·궤양, 직업성 반복 노출 |
| 폼알데하이드·글루타랄데하이드 | 수세 및 환기 | 증기 노출 시 호흡기 증상 모니터링 | 휘발성 용제 문지르기 금지 | 안면·눈·기도 증상 동반 |
| 유기용제(톨루엔, 아세톤 등) | 오염 제거 후 수세 | 탈지로 피부장벽 손상 위험. 보습은 의료평가 후 시행 | 불꽃 근처 사용 금지 | 광범위 노출, 신경학적 증상 |
| 건석회(CaO, 생석회) | 물 사용 전 철저히 건식 제거 | 잔존 분말 제거 후 수세 시작 | 바로 대량 물 붓기 금지(강발열 가능) | 심부 통증·광범위 노출 |
| 불활성 분말(시멘트, 석분) | 건식 제거 후 수세 | 알칼리 성분 혼입 여부 확인 | 중화제 사용 금지 | 피부염 지속·악화 |
5. 눈(각결막) 화학 화상 응급처치
- 렌즈를 착용 중이면 즉시 제거한다. 제거가 어렵다면 수세 중 자연 이탈을 유도한다.
- 세척용액 또는 깨끗한 물을 이용하여 1~2L 이상을 연속 주입한다. 안검을 벌리고 안구를 상·하·좌·우로 움직이게 하여 사각지대 세척을 돕는다.
- 최소 15분, 알칼리 노출은 30분 이상 세척한다.
- 중단 전 결막낭 pH를 검사하여 중성으로 회복되었는지 확인한다.
- 세척 후 즉시 안과 평가를 받는다.
6. 의료기관 이송 판단 기준
- 얼굴, 눈, 입술, 생식기, 손·발, 관절부 노출이다.
- 수세 15~30분 후에도 통증·작열감이 지속된다.
- 수포, 흑갈색 괴사, 출혈성 미란 등 심부 손상 징후가 보인다.
- 불화수소, 크롬(VI), 백린, 페놀 등 고위험 물질 노출이다.
- 체표면적 1% 이상 또는 다부위 노출이다.
- 흡입·섭취가 의심되거나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7. 사업장 대비 체계 구축 체크리스트
| 항목 | 구체 기준 | 점검 주기 |
|---|---|---|
| 비상세안·샤워 설비 | 도달 시간 10초 이내, 양손 자유 사용, 15분 이상 연속 공급 | 매월 |
| PPE 재고 | 화학장갑, 페이스쉴드, 보안경, 앞치마, 방호복 사이즈 구비 | 분기 |
| 응급 키트 | 글루콘산칼슘 젤(HF 취급 시), pH 시험지, 멸균 거즈, 가위 | 월간 |
| 훈련 | 연 2회 이상 화학 노출 시나리오 기반 모의훈련 | 반기 |
| SDS 접근성 | 작업장·의무실·관리자 모바일에서 즉시 열람 가능 | 상시 |
8. 기록 서식 예시
화학 화상 사고 기록지 - 사고 일시/장소 : - 물질명/농도/형태 : - 노출 부위/면적/시간 : - 즉시 조치 : (의복 제거, 건식 제거, 수세 시작 시각, 수세 총 시간) - 증상 : (통증, 발적, 수포, 감각 변화, 근육 경련) - 사용 PPE : - 추가 조치 : (특이 대응, 약물 사용 여부) - 이송 여부/병원명 : - 비고 : 9. 현장 커뮤니케이션 스크립트
119 신고 예시 "화학 화상 환자 발생. 물질은 <물질명>, 노출 부위는 <부위>, 현재 20분 이상 수세 중. 의식 <명료/저하>, 통증 <정도>, 호흡 곤란 <유/무>. SDS 제공 가능." 10. 자주 발생하는 실수와 예방
- 중화하려고 식초·베이킹소다를 사용하는 실수: 발열·부식 반응으로 악화한다.
- 수세 시간을 단축하는 실수: 통증이 줄어도 장시간 세척 원칙을 고수한다.
- 콘택트렌즈 미제거: 잔존 화학물질이 렌즈에 흡착되어 2차 손상을 유발한다.
- 건석회에 즉수세: 발열로 화상 심화 가능, 반드시 건식 제거 후 수세한다.
- 페놀에 물만 사용: 초기에는 PEG 또는 이소프로판올로 오염 제거 후 물 세척을 병행한다.
11. 특수 사례 상세 가이드
11.1 불화수소(HF)
특징은 깊은 조직 침투와 칼슘·마그네슘 결합으로 인한 저칼슘혈증·부정맥 위험이다. 수세 후 즉시 글루콘산칼슘 젤을 충분히 도포하고, 손가락·손바닥 등 국소 통증 지속 시 의료기관에서 칼슘 주사치료가 필요하다. 노출 농도·면적에 관계없이 모두 의료평가 대상이다.
11.2 페놀
지용성이 높아 수용성 세척만으로 제거가 지연된다. 초기에는 PEG 400 또는 이소프로판올로 오염을 용해 제거한 뒤 물로 장시간 세척한다. 기름·연고 도포는 오염 확산을 유발하므로 금지한다.
11.3 백린
공기 중에서 자연 발화 가능성이 있어 습윤 상태를 유지하며 입자를 핀셋으로 제거한다. 재점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로 담가 처리한다. 모든 경우 전문치료가 권장된다.
12. 작업 전 예방 전략
- 대체·격리·공정밀폐·국소배기 등 공학적 제어를 우선한다.
- SOP에 의복 제거, 건식 제거, 수세 시간, 이송 기준을 분 단위로 명시한다.
- 응급 키트의 만료일을 관리하고, HF 취급 공정은 글루콘산칼슘 젤을 근접 배치한다.
- 신규 근로자 교육에 눈·피부 화학 노출 모듈을 포함한다.
FAQ
수세는 찬물·뜨거운물 중 무엇을 사용해야 하나?
미지근한 흐르는 물을 사용한다. 뜨거운 물은 혈류 증가와 화학 흡수를 촉진할 수 있고, 찬물은 저체온 위험이 있다.
중화제가 있으면 더 안전하지 않나?
현장 중화는 발열과 2차 반응으로 조직 손상을 키울 수 있어 금지한다. 예외적 특수해독제는 의료지시 하에 사용한다.
세척이 끝난 뒤 연고나 보습제를 발라도 되나?
초기에는 의료진 평가 전 임의 도포를 피한다. 감염 위험과 잔존 화학물 차폐 문제가 있다.
눈 pH는 어떻게 확인하나?
멸균 면봉에 pH 시험지를 대고 하안검 결막낭에서 측정한다. 7.0~7.5 범위로 회복될 때까지 세척을 지속한다.
페놀에 물로만 세척하면 안 되나?
초기에는 PEG 또는 이소프로판올로 오염을 용해 제거한 후 물 세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화수소는 어느 농도부터 병원에 가야 하나?
모든 농도·모든 면적 노출에서 의료평가가 필요하다. 전신 독성 위험이 존재한다.